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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환경위원회] 시민환경연구소를 다녀왔습니다. 작성일 07-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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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환경연구소를 다녀왔습니다. 
-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에서 발주한 전국 환경현안조사 책임연구원, 시민환경연구소* 백명수 소장님 인터뷰 

(* 시민환경연구소 : 1993년 문을 연 환경운동연합의 전문 연구기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시민사회 환경연구기관 중 하나입니다. 환경문제를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하고 있습니다. 태안기름유출, 석면오염, 남극보호, 습지보전, 생태계모니터링, 고래보호, 4대강 보호 등 자연과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시민환경포럼을 개최해 국내외의 환경현실을 진단하고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는 2020년부터 전국의 환경 현안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각지에 산재한 환경문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주제별 지역별 특색에 따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는 연구입니다. 연구의 속도를 높이고,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올해부터는 연구 전문기관인 시민환경연구소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현안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장맛비가 내리는 7월14일 오후 서울 서촌에 있는 시민환경연구소에 다녀왔습니다. 현안 조사 책임연구원인 백명수 소장님과 팀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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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정홍원, 선임연구원 김대희, 행정실장 백나래, 소장 백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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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000.06 ~ 현재 시민환경연구소

2020.05 ~ 현재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물분과 위원

2021.01 ~ 2022.12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위원

2019.08 ~ 2022.8.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 간사위원

2021.01 ~ 2023.02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회 위원장

1998.10 ~ 2000.05 환경운동연합 간사

 
전국환경현황조사 책임연구원 시민환경연구소 백명수 소장 


올 3월부터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에서 발주한 전국환경현안조사라는 방대한 연구를 맡아서 진행하고 계신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백명수) 환경 현안 조사의 필요성에 저희도 공감합니다. 평소에는 닥친 현황이나 주제만 다뤄 왔는데 마침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에서 많은 조사를 해놓으셨더라구요. 조사한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현안을 다 조사하는 것인데, 연구를 처음 맡으실 때 부담스럽기도 하셨을 것 같습니다. (백명수) 네. 이걸 어떻게 하나 했습니다. 1년에 끝날 일이 아니어서 3년을 잡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처음에 문헌 조사가 두 달이면 될거라고 계획을 잡았잖아요. 얼토당토 안한 소리였습니다.(웃음) 기존에 조사한 것과 자료들을 주제별로 나누고, 사실 확인을 하고 정리하는 작업만 해도 1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양이 많은데요. 초기 단계를 얼마나 탄탄하게 다지는가가 향후 조사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국환경현안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백명수) 첫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대분류 주제를 나눴고요. 주제별로 예를 들어 난개발이면 난개발의 배경은 뭐고 경과는 어떤지에 대한 팩트 정리를 8월에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그 후 현안별로 지역 현장에 다니려고 합니다. 현장에 가서 주민들과 단체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거죠. 우선은 큰 주제와 중간 주제에 대한 정리를 끝낸다는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전국환경현안조사가 완료되면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백명수) 환경운동을 하다 보면 “대안 없는 운동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런데 환경운동 자체가 ‘사전 예방적 접근’이어서, 위험에 대한 경고를 통해서 행위를 막고, 일어나지 않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성취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원래대로 유지하는 게 환경 운동의 성과인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성취를 기대해요.
지금 전국에 퍼져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서 이것이 우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고,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고, 지역 위기의 문제이고, 기득권의 문제이고 그러면서 소외되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파노라마처럼 엮여서 보여준다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른 측면으로는 전국현안조사가 완료되면 지금까지의 대응수준에서 벗어나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을 할 수가 있고, ‘지금 우리의 활동이 어느 단계구나’를 객관화할 지표가 되지 않을까라는 포부가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환경 갈등 문제의 총량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어요.
시민환경연구소에서 그동안 4대강, 수돗물 등 많은 환경 분야 활동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양 분야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홍석) 주로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국내와 국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자는 것과 국내 해양보호구역의 관리와 보호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기본 목표예요. 
다른 한 갈래는 어업 파트인데요. 2차 세계대전 후 어업이 대형화되었고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어업’을 하지 말자, 특히 불법으로 하거나 몰래 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해(公海)상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고, 공해에서 일어난 행위를 규제하고 관리를 할 수 있는 ‘국제 바다생물 다양성 협약’이 생겼어요. 아직 여러 국가가 비준해야 되고 발효도 안 됐지만, 올해 초에 협약이 체결됐습니다. 저희 연구소도 한국 정부가 이 협약을 체결하도록 정부 관계자와 소통하고 있어요. 
남극 생태계보존을 위해 ‘펭귄의 날’ 행사도 오랫동안 해왔고, 낚시 면허제 도입, 고래 보호도 중요하게 다뤄 온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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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환경연구소의 낚시 면허제 포스터. 해양생태계와 해양생물을 보호하고 어민 생계유지를 위해 ‘낚시 면허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3년 3월 시민환경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 ‘낚시 관련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5.8%였다.

20년 동안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에서 환경운동과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간의 활동들은 어떠셨나요?

(백명수) 저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장에만 있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는데 연구소에 있으니까 전문적인 부분이 같이 결합 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4대강 사업 때 환경운동연합이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고 활동이 위축됐어요. 그때 박창근 교수님 중심으로 연구소에서 현장을 다 다녔어요. 제가 그전까지는 먹는물 중심으로 운동을 하다가 4대강사업 대응을 하면서 하천 분야까지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하천을 흐르는 지표수(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물을 말하며 보통 하천 또는 호수의 물, 물 백과사전 참조)를 먹기 때문에, 하천과 먹는물 분야가 서로 연결이 됩니다. 사람들은 ‘하천 정책’보다 ‘먹는 물 정책’에 더 민감해요. 이렇게 연결된 것들을 확장해가면서 제 나름대로 관점을 가지고, 정부 정책을 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을 할 수 있었어요. 정책에 대해서 환경분야, 시민의 관점에서 ‘이 정책이 무슨 문제가 있고 보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주로 이런 방향으로 연구를 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대강을 다닐 때 가슴이 많이 아팠고, 그러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20년 활동하면서 보람 있었던 것, 어려움은 어떤 게 있었나요?

(백명수) 어려움이 늘 있죠. 우리 사회는 경제 가치, 물적 가치에 경도되어 있어서 환경의 가치를 설득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석산개발 반대운동 주민들이 “우리가 힘들다. 소송을 하려고 하는데 자료가 필요하니 연구를 해달라.”고 해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비용으로 현장에 가서 어렵게 석산 개발 보고서를 썼어요. 그런데 그 자료가 행정소송에서 무용했습니다. 환경문제가 암을 일으키거나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정도로 나와요. 그건 소송에서 결정적인 영향이 되지 않거든요. 지난한 싸움이 되고... 지고... 또 유사한 개발이 들어 오고... 그때부터 주민들이 돈을 모아서 소송을 위한 연구를 해 달라고 요청하면 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증명할 수도 없고 그런 극단적인 일은 잘 일어나지도 않는데 그런 것만 인정되니 진다고 얘기하죠. 중요한 문제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힘듭니다.
개인적인 성취, 보람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성공한 운동이 많지가 않아요.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을 했을 때는 성공했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다음엔 새만금 반대운동을 했어요. 동강처럼 이길 줄 알았는데 새만금은 그때 못 이겼어요. 몇 가지 안 되지만 환경을 지키내는 현장에 함께 있었을 때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향후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살피면서 가치를 가지고 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실험하고,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는 일을 할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현재 저희가 시도하고 있는 시민과학 활성화 활동도 그 중 하나입니다.


환경가치가 경시되는 데 어려움을 느끼신다고 하셨는데요, 다분히 우리사회가 현재 돈의 가치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백명수) 요즘 ‘탈성장’이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탈성장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탈성장은 성장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할 건지의 문제고 우리 사회는 그 합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에너지 소비도 지금 수준을 계속 유지할 건지, 줄여나갈 건지에 대한 합의가 되어야 하는데 수요관리에 대해서는 주요 의제로 잘 드러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탄소중립의 실현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가면 인류가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의 생활 태도나 체계를 바꾸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좀 바꿔보자’라는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합니다.
현재 직면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배출과 관련해서도, 유럽이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지구사회 전체가 다 돈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세상과함께 회원이나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하려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백명수) 탄소중립을 트렌드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탄소중립이 안된다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현재와 같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생존이 훨씬 더 위협받고 유지하기 어려워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지요. 지금도 늦었어요. 바로 우리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고, 실천하고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환경운동은 굉장히 열악한 우리 사회의 마이너한 영역이에요. 그 마이너가 우리 전체  삶의 열쇠가 될 중요한 해법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 이런 인식들이 확장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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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함께한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과 세상과함께 활동가들

전국의 환경문제들을 큰 틀에서 정리하고 해결점을 찾아보자는 목표로 시작한 세상과함께 환경위원회의 ‘전국환경현안조사’연구가 시민환경연구소의 연대로 더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 현안의 총량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함께 찾아보겠습니다.